심각한 우울증은 뇌의 심부를 자극함으로서 완화 시킬 수 있다.
기존의 어떠한 치료법에도 반응하지 않는 심각한 우울증은 뇌의 심부를 자극함으로서 완화 내지 역전시킬 수 있다. 이제 이와 관련한 최초의 위약대조실험이 실시되어, 뇌 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입증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에모리 대학의 신경과학자 헬렌 메이버그 박사는 주요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환자 10명, 양극성장애 환자 7명의 뇌[뇌량하 대상영역(subcallosal cingulate)의 백질]에 전극을 이식한 후 지속적으로 전기자극을 가하면서 그 경과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2년의 시험기간을 마친 12명의 환자 중 11명이 우울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거나 경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울증 치료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요법(antidepressant therapy)과 인지요법(cognitive therapy)이다. 그러나 중증 우울증 환자의 경우 항우울제 치료나 인지요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설사 반응을 보이더라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독일 본대학의 토마스 슐레퍼 박사(정신과학)는 논평했다. 슐레퍼 박사는 5명의 난치성 우울증 환자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에 DBS를 실시하여 이번 연구와 유사한 장기적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눈여겨볼 사항은, 단극성장애 환자는 물론 양극성장애 환자도 DBS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DBS에 관한 연구는 모두 주요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며, 양극성 장애는 치료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DBS는 침습적 뇌수술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치료효과가 매우 더디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DBS를 실시한 첫 번째 달에는 별 차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시술 후 1년을 전후로 하여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DBS는 우울증을 완치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국을 제거하는 순간 환자들은 신속하게 본래의 상태(심각한 우울증)로 복귀한다고 한다.
이번 연구의 최대 걸림돌은 적절한 시험설계였다. DBS의 효능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위약대조시험을 실시해야 하는데, DBS의 경우 대조군에 대한 거짓수술(sham surgery)이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수술을 받은 직후 2가지 치료방법 중의 하나를 무작위로 시술받게 됩니다. 하나는 수술 직후 뇌를 바로 자극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4주 후에 뇌를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처음 4주 동안 모든 환자들에게 전기자극을 가하지 않았고, 환자들은 유의한 위약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동안 이루어진 가장 획기적인 업적은 `우울증이 뇌의 네트워크와 관련된 질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것이다. 뇌량하대상영역과 측좌핵은 동일한 네트워크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우울증을 일으키는 뇌의 네트워크 상에는, 이 두 가지 표적외에 제 3의 표적이 존재할 수도 있다. 우리의 목표는 DBS의 최적표적(optimal target)을 찾아내, 우울증의 치료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라고 슐레퍼 박사는 말했다. 현재 수백 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위약대조 3상시험이 북미와 유럽의 의료기관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 임상시험은 DBS용 전극을 생산하는 두 업체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DBS의 절차를 미세조정하려면, 이번 연구와 같은 학술목적의 시험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처: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본출처: na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