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는 2011년 최고의 으뜸 과학 업적으로 항레트로바이러스제(antiretroviral drugs)가 이성애자 간의 HIV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를 선정했다. 2011년 12월 1일, 조지 워싱턴 대학교는 세계 AIDS의 날(World AIDS Day)을 맞이하여 “AIDS 퇴치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 of AIDS)”이라는 슬로건 아래 행사를 주최했다. 여기엔 세명의 과거 미국 대통령, 경제 거상들, 락 스타들이 함께 자리를 빛냈는데, 이들을 한자리에모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정부의 HIV/AIDS 연구자 수장인 앤써니 파우치(Anthony Fauci)가 1년 전 군중에게 선언했던 말 중 ‘희망사항’에 불과했던 ‘HPTN 052’라는 HIV 임상 시험이 믿기 힘들 정도의 놀라운 결과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HIV/AIDS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ARVs)가 과연 HIV에 감염된 사람에게 병세 완화에 엄청난 효과가 있고 전염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졌다. 위의 말에 한마디 덧붙이면 ARVs는 HIV 수치를 낮추기 때문에 개별적인 감염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음에도 회의론자들은 이러한 결과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2008년 HIV/AIDS에 대한 스위스 연방 위원회(Swiss Federal Commission)가 공표한 내용 중 ‘효과적인 ARV 치료가 사실상 이성애간의 전염을 멈춘다’는 말은 터무니없고,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 받아왔다. HIV/AIDS에 대한 UN 연합(UNAIDS)과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이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사람들에게 콘돔의 사용을 강요했으며 혈액 검사 결과 이상 징후가 없음에도 정액 또는 질 분비물이 바이러스의 온상이라고 주지시켰다. “혈액 내 바이러스 양을 통해 HIV 전염 위험 정도를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며,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이들은 경고했다.
2011년 5월 HIV 퇴치 시험 연합(HIV Prevention Trials Network)은 052 임상 시험 결과에서, ARVs가 이성애자 사이에서 AIDS 감염 위험을 96% 낮출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현재 우리는 실험 결과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라고 HPTN 052 임상 실험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자세하게 발표를 했던 로마 AIDS 여름 학회에서 파우치는 말했다. 파우치는 미국 NIH 산하 알러지 및 전염병 연구소(U.S.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의 소장으로 7300만불을 시험에 투자한 결과 오늘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사람들은 임상 시험의 결과를 믿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치료와 예방의 중요성을 따지는 미묘한 경계에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우리의 할 일을 했고, 이는 치료가 곧 예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급속도로 퍼지는 에어즈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인 HPTN 052 임상 시험의 엄청난 영향력으로 인해, 사이언스지는 본 연구를 2011년 최고의 으뜸 과학 업적으로 선정하였다.
HPTN 052 임상 시험을 주도한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 HIV/AIDS 연구자인 마이런 코헨(Myron Cohen)은 본 발견은 매우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치료가 예방이라는 생각에 흥미를 가지지만, 본 결과는 엄청난 후폭풍을 동반할 대단한 성과이다. 본 임상 시험 결과는 너무나 명백하다.”라고 코헨은 말했다.
코헨과 동료 연구원들은 2011년 8월 11일, 전 세계 의학 학술지 중 인용빈도가 가장 높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한 논문에서, HPTN 052 임상 실험은 1763명의 AIDS 보균자와 감염되지 않은 배우자를 대상으로 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감염자들은 ARVs를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AIDS가 발발하기 직전 상태인 CD4 세포가 밀리리터당 350~550개가 존재하였고, (200개 이하로 떨어지면 AIDS로 판정한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브라질, 인도, 태국, 미국 등 총 5개의 나라에서 시험 대상을 채택하였다. 실험 대상의 반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ARVs를 즉시 투여하기 시작하였으며, 나머지 반은 CD4 세포 수치가 250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약물 투여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되었다.
연구진은 본 임상 시험을 2015년까지 지속할 계획이었지만, 코헨과 동료 연구원들은 2011년 4월 28일 개별 시험 대상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던 중 시험 결과에 크게 고무하여, 가급적 빨리 세상에 임상 시험 결과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조기 약물 투여를 했던 그룹에서는 배우자에게 유전적인 경로로 HIV에 감염된 사람은 28명 중 단 한 명에 불과했으며, HIV와 관련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 사람도 41%에 불과했다. 감염되었지만 약물 투여를 지연한 그룹은 본 연구에서 ARVs를 즉시 투여한 그룹의 대조군 역할을 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지만, 이런 엄청난 연구 결과를 보고는 이 대조군에도 즉시 ARVs를 투입했다.
HPTN 052 임상 시험과 최근 다른 성공적인 임상 시험 결과들은 전세계는 아닐지라도, 여러 나라 전체의AIDS 전염병의 종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ARVs는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십 년간 ARVs를 복용해야 하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며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HPTN 052 임상 시험이 거의 100%에 가까운 효험을 보였기 때문에 게임 채인저(game changer)라 부르고 있다. “본 임상 시험은 앞으로의 전망을 아주 밝게 해주며,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연구진은 효과적인 AIDS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며, 국가차원에서 AIDS 방지의 일환으로 치료법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라고 HIV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상을 공동 수여한 파스테르 연구소(Pasteur Institute) 바이러스 학자 프란코이즈 바레-시노우씨(Francoise Barre-Sinoussi)는 말했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의 유명한 전략 지지자인 줄리오 몬타너(Julio Montaner)는 HPTN 052 임상 시험 결과는 “AIDS 없는 세대”라는 정책을 최근 제창한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세계 지도자들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임상 시험자와 정책 재정자는 언제나 궁극적인 증거를 묻곤 한다. HPTN 502 임상 시험은 AIDS 퇴치라는 퍼즐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부분이다.”라고 몬타너는 말했다. 주어진 자원의 제한, 엄무상 장애로 인해 예방 차원의 치료는 당장에 이루어지기는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HPTN 052 임상 시험은 지금까지 발생하지 않았던 만약의 문제에 대한 가상의 경기를 만들었고, 가능성보다 과학적으로 개연성 있는 결과를 선보인다. 현재 HIV/AIDS 전문가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지금껏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책임하고 형편없는 것들에 대한 개혁을 예고한다.
출처:경기과학기술진흥원
자료출처: sciencema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