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프로그램의 행태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생각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에 일단의 연구자들이 "초파리의 특정 유전자에 (상속 가능한)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수면-각성의 일주기성이 변동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생체시계는 분자수준에서 볼 때 생체시계는 자가조절성 전사피드백 고리(autoregulatory transcription feedback loop)로 구성되어 있으며, 생체시계에 의해 발현수준이 변동하는 유전자는 전사되는 유전자의 10% 이상이다. 이 같은 관찰을 계기로 하여 과학자들은 생체시계의 생리학적 기능을 규명하는 데 박차를 가해왔다.
Lamia 등은 Nature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생체시계의 새로운 기능에 관해 기술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생체시계 단백질인 크립토크롬(Cry: cryptochrome)이 당질코르티코이드의 핵수용체를 켜고 끄는 스위치로 작용한다고 한다. 당질코르티코이드는 당과 지질의 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므로, 이번 연구는 인체의 각종 대사과정이 지구물리학적 시간(geophysica time)과 연동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생체시계가 생물의 에너지대사와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광합성 생물을 대상으로 하여 연구되어 왔다. 예컨대 시아노박테리아와 식물의 경우 빛의 일주기성(낮과 밤)에 따라 성장과 생식에 큰 영향을 받는데, 이는 생체시계와 환경을 동기화시키는 것이 진화과정에서 비교우위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생물의 경우 생체시계가 산소고정 및 질소고정 과정을 분리함으로써, 프리라디칼의 축적을 회피하고 쓸모없는 에너지회로가 작동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포유류의 경우 생체시계는 행태적·생리적·분자적 수준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신경계를 보유한 생물체에 있어서 생체리듬과 대사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왜냐하면 빛에 대한 반응은 뇌의 페이스메이커 뉴런에서 유래하는 데 반해, 영양분의 감지(nutrient sensing)는 다른 뉴런과 다양한 말초조직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실험실에서 배양된 섬유모세포가 생체주기를 나타낸다는 - 말초의 생체시계가 자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뇌와 말조에 존재하는 생체시계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관된 대사산물을 생성한다. 실제로 유전학적 연구에 의하면, 뇌와 말초의 생체시계는 체중조절과 포도당 및 지질대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호르몬 수준의 주기적 파동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며, 호르몬 수준의 교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임상적 진단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예컨대 당질코르티코이드인 코르티솔의 야간 혈중농도가 높은 것은 쿠싱증후군의 징후로 간주된다. 한편 당뇨병 환자의 새벽 혈당 수치가 증가하는 새벽현상(dawn phenomenon)은 이른아침에 당질코르티코이드의 생성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자수준에서 볼 때, 당질코르티코이드의 핵수용체는 강력한 생체리듬을 나타낸다. (사실 특정호르몬의 핵수용체는 생체시계의 일부분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같은 핵수용체의 작용은 다양한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함으로써 복잡한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대사 및 조혈조직에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친다. 생체시계 단백질인 PER2는 여러 가지 핵수용체와 상호작용하지만, 생체시계가 핵수용체의 기능에 미치는 생리학적 영향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Lamia 등은 선행연구에서 생체시계를 억제하는 단백질인 Cry가 세포의 에너지상태를 감지하는 센서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들은 이번 연구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Cry와 대사신호 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Cry와 다양한 핵수용체 간의 상호작용을 검토하였다. 검토 결과, Cry와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는 강력하고 특이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들이 활성화될 경우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Cry는 2개의 핵수용체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 수용체들은 생체시계 활성화 단백질인 Bmal1의 전사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Cry가 Bmal1 발현을 조절하는 짧은 피드백 사이클에 참여함으로서 생체리듬의 강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Cry와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간의 상호작용이 덱사메타손에 의해 증강된다는 점이다.
Cry의 혈중농도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므로, 이상의 관찰은 당질코르티코이드의 신호전달과정이 생체시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가 활성화됨으로써 나타나는 주요 결과는 간에서 당신생을 통해 포도당이 생성되는 것이며, Cry가 결핍된 동물은 내당능이 손상되므로, Lamia 등은 Cry가 간에서 수행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계속하였다. 연구 결과, Cry는 Pck1(당신생 과정의 율속효소를 코딩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직접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첨부그림 참조). 그런데 Cry가 결핍된 마우스의 경우, 덱사메타손은 Pck1의 빌현을 증가시켰지만, NF-κB 신호전달경로를 매개하는 유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Cry이 당신생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와 염증경로가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ry 결핍은 다른 한편으로 마우스의 당질코르티코이드 유도 당뇨병(glucocorticoid-induced diabetes)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 현재 암과 관련된 염증이나 면역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스테로이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 임상적으로 커다란 시사점을 던진다. 즉, Cry의 혈중농도를 증가시킬 경우 당질코르티코이드의 부작용(당대사에 미치는 부작용)을 차단함으로서 당질코르티코이드의 항염작용을 선택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행연구에서는 Cry가 세포질에서 글루카곤(포도당의 항상성을 매개하는 또 하나의 호르몬)의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연구의 의의는 Cry가 핵 수준에서 당신생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Cry의 또 다른 역할을 발굴했다는 데 있다. Cry가 당질코르티코이드의 신호전달과정을 조절하여 포도당의 항상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포도당 생성이 증가하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해 준다. 유전자 관련연구에서, CRY2가 인간의 포도당 항상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생물체의 수준에서, 당질코르티코이드의 조절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조직 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고전적 신경내분비 피드백을 통해 이루어진다(첨부그림 참조). Lamia 등은 이번 연구에서 "Cry가 결핍된 마우스는 하루 종일 혈중 당질코르티코이드 농도가 높게 유지되며, 시상하부 수준에서 당질코르티코이드의 과잉생성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ry 결핍이 시상하부에서 작동하는 스테로이드 생성 억제 피드백 메커니즘을 어떻게 손상시키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야간교대 근로자, 수면결핍 또는 기타 생체시계 장애를 겪는 환자들 사이에서 대사장애가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생체시계가 세포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를 분자 수준에서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출처: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자료출처: nature.com